2010. 8. 9. 05:00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8점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살림

  청소년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이 책은  '현대과학의 양면성, 뜨거운 10가지 이슈'라는 부제를 달고, 다음 열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 항생제 논란
2. 유전자 조작 식품
3. 시험관 아기의 탄생
4. 장기이식의 발전
5. 비만극복프로젝트
6. 환경호르몬의 공격
7. 백색식품 과잉시대
8. 다이너마이트의 발명
9. 원자력에너지의 이용
10. 석유에너지의 개발
 
  모두 장점, 혹은 단점만 다루지 않고, 양면성을 고루 다룬 것이 책의 특징입니다. 때문에 논술 보조교재로도 훌륭하게 활용될 있을 것입니다. 한쪽 면만 보고 몰입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훌륭한 균형추가 되어 줄 것입니다. 여성 작가 답게 꼼꼼하고 찬찬한 문체가 돋보여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내용도, 문체도, 책의 구성도 모두 훌륭한 좋은 책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28. 05:00


 

  '책벌레가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 중에 책벌레 아닌 사람 없다.'
  읽기 능력은 '한 사람이 글을 읽고 얼마나 이해를 하고(이해력), 얼마나 기억하며(기억력),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나갈 수 있는지(속독능력)에 관한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막노동을 하다가 서울대 법대 수석 합격 쾌거를 이뤘던 장승수님의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고교내신 5등급이었던 장선배님은 1991년에 공부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연,고대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1991학년도 시험이 끝난 뒤에는 1992년 5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 2학기때부터는 모의고사 전국 석차가 50~200등이 되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범위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의 성적으로 1년 4개월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장선배님 만큼이나 수능공부를 즐겼던 나는 '사람마다 정말 능력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나는 장선배님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생각해 보았다. 학원을 다녀서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 학원을 다니고 있는 수백만명의 학생들 모두 그런 성과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이 때 나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 바로 '읽기능력'이었다. 장 선배님은 1년 동안 공부를 손 놓고 있었음에도 1994년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풀어봤을 때 60점 만점에 59점이 나왔다고 했다.
  그 원동력은 역시 독서에 있는 듯 했다. 고 3때 다른 친구들이 보던 만화책과 무협지가 재미없어서 수업시간에 소설을 읽었다고 했다. 그것은 '삼국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무기여 잘 있거라', '생의 한가운데', '지성과 사랑', '파우스트'등의 고전 명작이었다.
  책에 소개된 독서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게 전부라서 더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장 선배님이 학창시절에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대신 수많은 책을 읽었고, 그 덕분에 길러진 상당한 읽기 능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성적을 최고로 올릴 수 있었고 결국 사법시험까지 끝내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서울대생들도 모두 뛰어난 읽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학창시절 모의고사 점수가 대부분 만점에 육박한 것으로 봐서는 모두 읽기 능력이 최상위권이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순식간에 글을 읽거나 한번에 두 세 줄씩 읽으면서 속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비결을 묻자 들려오는 대답은 역시 한 가지 뿐이었다.
  "그냥 책을 많이 읽다 보니까."
  반대로 내가 과외를 하면서 한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읽기 능력이 조금 부족했다.
  나는 그 친구의 읽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모의고사 시험지의 한 페이지 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 '박씨전'의 지문을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끙끙대며 5분정도 걸려서 글을 다 읽었다. 옆에서 같이 읽던 나는 3분 정도에 끝냈는데 글 읽는 속도가 보통인 나보다도 일단 읽기 속도가 많이 느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 친구에게 지금까지 읽은 박씨전의 줄거리를 얘기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친구가 눈을 감고 생각을 하더니 "주인공이 박씨고 박씨가 도술을 부렸는데..."까지밖에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하나하나 인물을 말하고 줄거리를 얘기하자 그제야 "아, 맞아요." 했다. 이 친구는 읽기 능력의 세 가지 요소인 이해력, 기억력, 속독능력이 모두 부족했던 것이다.
  이 친구의 부족한 읽기 능력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열 권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라며 멋쩍어하며 말했다.
  읽기 능력이 떨어지면 언어영역 점수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점수도 올리기 어렵다. 지문을 봐도 기억을 못 하고 읽어도 이해를 못 하니 도대체 어떻게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것은 절대로 학원이나 강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등급 재료에 해당하는 언어영역 기출문제를 9등급 읽기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분석한다고 해서 1등급이 될 수 없다. 읽기 능력의 배양이야말로 언어영역을 잘 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이다.

꿈이 있다면 멈추지 않는다/김찬영 수기 중에서


  자녀의 성적에 고민 많으신 학부모님께서는 눈여겨 읽어보셔야 할 글입니다. 옆집 아이는 놀 거 다 놀고도 맨날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밤늦도록 학원다니며 과외하며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안 오를까... 비결은 독서경험과 읽기능력에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독서경험은 청소년기의 학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이후 성적은 꾸준히 떨어졌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중위권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여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전 제가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온 줄 알았지만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비교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조금 공부하고도 성적이 잘 나왔던 쪽에 속했던 것입니다. 
  먼저 학창시절 제 공부스타일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일단 관심 많으실 사교육에 관해서는 '제로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로가 아닌 것은, 어머니께서 떨어지는 성적을 염려해 억지로 학원이나 과외를 시킨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원에 대한 제 생각은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 장소'였습니다. 체력이 좀 약한 편이었는데, 학교생활만으로도 피곤한 것을 학원까지 다니려니 미칠지경이었지요. 숙제할 시간도 나지 않고, 따로 공부할 시간이 전혀 나질 않았으니 불만이 컸던 것입니다. 학원에 대해 매번 어머니께 불만했지만 어머니는 '그거라도 다니면 공부하겠지'라는 보통 어머니들과 같은 생각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답니다. 하지만 오히려 떨어진 성적표에 결국 두 손 들고 말았지요. 학원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수학 학원 두어달 쯤 다녀본 것이 전부입니다. 과외는 그래도 함께 앉아 1:1로 공부하니 좀 낫지 않겠냐며 좀 오래 시킨 편이었지만 저는 그냥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했던 것 같네요.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과외선생님도 불성실한 학생이라고 절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요. 과외숙제는 거의 안했거든요. :P 제게는 학교 이외의 공부는 불신의 대상이었기에 학습지든 학원이든 과외든 성실히 임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대신 학교 공부에는 충실했답니다. 아파도 결석한 적 없고요, 숙제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해 갔습니다. 시험기간에는 주로 교과서를 한 번 읽고 자습서가 필요한 과목은 자습서로 보충한 후 문제집을 푸는 정도였습니다. 과목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합격 수기에 나오는 것 처럼 교과서를 마르고 닳도록 읽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정독하고 필요한 부분은 외우는 정도였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나마도 안 한 과목이 더 많답니다. :p 시험 기간이 아닐 때 하루 공부 시간은 숙제하는 시간이 전부였고, 시험기간때는 3~4시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12시 넘어서 잠들어 본 기억은 식목일 전날 김정현의 '아버지'를 읽느라 밤 샌 기억말고는 없을 정도니까요.
  제 공부방법이 좋다고 광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따라하지 마세요.~ 실제로 성적은 꾸준히 떨어졌답니다. ㅋㅋ '공부좀 열심히 할 걸' 하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이고요. 포인트는 무엇이냐 하면, 고작 이 정도 공부해 가지고 어떻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비결은 바로 '어린 시절의 독서경험'에 있었습니다.
  중학교 이후 지금까지 책을 거의 안 읽고 있긴 합니다만, 글을 깨우쳤을 때 부터 초등학생 무렵까지 저는 책을 달고사는 아이였답니다. 공공도서관을 드나들며 장르도 없이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지요. 집안 살림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에 생일날이 아니면 책을 사서 볼 수 없었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공공도서관에 책이 많고, 친구집에만 놀러가도 장식처럼 꽂혀있는 문학전집이나 위인전집이 얼마든지 있었으니까요. 그런 것을 정말이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쉽게 공부하고도 성적 좋았던'친구들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다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답했습니다. 뭘 읽었냐? 얼마나 도움되는 책을 읽었냐? 물어보면 "그냥 재밌어서 읽었다. 만화책도 있고 무협지도 있다. 대단한 책을 읽었던 것 같지는 않다."라는 답이 들려오곤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흥미있게 책을 읽으며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 것입니다. 그러니 청소년기에 공부를 할 때 남들보다 빨리 읽고 남들보다 빨리 요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위의 수기에서는 '읽기능력'만 지적되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어휘력'과 '배경지식'입니다. 읽기를 통해 향상된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학습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읽기가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과거제도는 원칙적으로 천민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양반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성취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체제 안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이 문장을 한 번 봅시다. 아마 성인이시라면 어렵지 않게 읽힐 것입니다. 하지만 중학생은 어떨까요?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라면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과거'가 무엇인지, '천민' '개방' '양반' '대중' '성취동기' '부여'등의 단어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 '체제'나, '유인'정도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 학생은 '체제'나 '유인'의 뜻을 새로 배워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저 문장 자체가 가리키는 뜻만 학습하면 됩니다.
  하지만 독서 경험이 부족한 학생은 어떨까요? 그 학생은 먼저 '조선'이 고려 다음에 생긴 나라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과거제도'가 조선시대 관리 등용 제도였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조선시대는 신분제여서 천민과 양반으로 구분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개방' '대중' '부여'의 뜻도 함께 챙겨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두 학생이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공부에 들여야 할 노력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조금 과장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독서경험의 차이는 이렇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읽기 연습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공공도서관에 방문해 보세요. 비싼 돈을 들여 신청한 학습지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이 효과는 평생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010.6.2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5. 24. 00:33

바이올린을 배우고부터는 서점에 가면 꼭 악보 코너를 둘러보곤 한다. 예전에는 피아노 악보만 보고 말았으나 이제는 바이올린 악보 코너가 우선이다. 우선 진도에 따라 스즈키를 한 권씩 사고, 그 다음은 내가 연주할만한 악보가 있나 뒤적여 보지만 아직 배우는 중이라서인지 만만한 악보가 없어서 번번히 그냥 오고는 한다. 그 와중에도 한 두 권 씩 사 둔 악보가 있기는 하다.

이번에 산 악보는 바이올린, 영화음악을 만나다.’라는 김동연씨의 책. 전작 한 권으로 끝내는 취미바이올린이라는 책이 구성이 참 좋았기에 이번에도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한 권으로 끝내는 취미바이올린이 생 초보가 기초부터 차근히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면, 이 책은 생초보는 벗어난 상태를 전제로 한다. 아예 바이올린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 권으로 끝내는 취미바이올린을 같이 사기를 권한다.

바이올린, 영화음악을 만나다

"바이올린, 영화음악을 만나다." 책표지 (부분) 저 위의 빌딩그림 같은 것은 손으로 그린 '필름'이라고 한다.


바이올린 관리법, 연주 자세, 운지법 등을 깨우친 사람이라면(전작에 다 나온다.) 이 책을 연습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음악이니 클래식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배우는 입장에서, 곡을 알고 연주할 때와 모르고 연주할 때는 당연히 큰 차이가 난다. 곡을 알면, 악보도 그에 맞추어 읽히는데, 곡을 모르면 악보 읽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설령 모르는 곡이라도, 부록으로 들어있는 모범 연주 CD를 들어 곡을 익힌 후 연습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 고마운 책이라고 할 수 밖에게다가 반주 CD도 따로 들어있다.

악보

이 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악보

이건 좀 어려워 보인다!


난이도는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우는 수준에서 무난히 연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초반 곡은 스즈키 1권이라도 도전해 볼 만 한 곡들이라 연습곡의 지루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곡마다 200~300자 정도의 해설이 덧붙여져 곡의 호감도를 높인다. 간단히 삽입된 영화 정보만 서술한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다른 곡, 수상경력, 곡의 분위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대화형식으로 실려 있어서 이것만 읽어도 어디 가서 그 곡에 대해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 곡집에도 이런 해설이 붙여져 있다면 연주가 조금 덜 지루할텐데

곡 해설 페이지

클래식 곡집에도 이런 해설이 있다면 좋을텐데...



27개의 곡. 생각날때마다 하나 하나 연습 좀 해 봐야겠다. 아는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지만, CD를 듣다 보면 모르는 곡도 아는 곡이 되는 법. 아버지는 바이올린 하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던데, 아쉽게도 그 곡이 빠져있다. 하지만 그 곡의 악보는 따로 가지고 있으니 상관 없다. 호호호~~

목차

요것이 바로 목차! 하나 하나 미션 클리어 해 나가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Posted by 워터아이
2009. 7. 22. 15:59


나의 언어를 알아주세요.

 

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를 읽고.


나는 종종, 내 언어를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에 빠진다. 과연 내가 내뱉은 언어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했을까?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왜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 내 의사를 어떻게 하면 정확한 언어로 전달할 수 있을까?

수고하세요-“

인사말로 흔히 던지는 이 말은, 사실은 웃어른에게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계속 고생하라.’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예의를 갖춘다고 한 말이 청자에게는 오히려 예의 없는 태도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해.” = ‘너 말고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그런데 넌, 날 사랑한다면서 왜 다른 사람을 보지? 사실은 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사랑해.” = ‘널 보고 싶어. 함께 놀러 가고 싶어. 그런데 넌, 날 사랑한다면서 왜 나와 함께 놀러 가고 싶어하지 않지? 사실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니야?’

이렇듯 사전에 등재된 합의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해석은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달라질 수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할 때 늘상 조심스럽다. 내가 전하는 이 언어가 과연 내가 의도한 대로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두려움 때문에 나는 말을 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언어를 고르며, 글을 쓸 때에는 몇 번씩 사전을 뒤적거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독일작가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에 나오는 주인공은 이 합의화된 언어규칙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그의 침대는 사진이 되고, 그의 책상은 양탄자가 되고, 그의 의자는 시계가 되고, 그의 신문은 침대가 되고, … 그러니까 남자는 아침에 사진 속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양탄자가 놓인 시계 위에 앉아, 무엇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를 고심한다.

남자는 이 놀이에 푹 빠져서 차츰 원래의 명칭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워지게 된다. 사람들이 이 물건을 뭐라고 부르는지를 한참 생각해 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을 사람들은 침대라 부르고, 그의 양탄자를 사람들은 책상이라 부른다. 그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타인도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은 괴상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넘겨 버리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이다. 앞서 말했듯이, 합의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언어 사용자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언어에 앞서서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 그렇게 된다.

한국사람들은 개 같아요.”

한국말을 배우는 어떤 일본인의 실수담이다. 일본사람들은 고양이 같이 조심스럽고 조용한데, 한국사람들은 개 같이 활기차고 활발하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으나, 이 말을 들은 한국사람들의 기분이 썩 좋지 못했음은 한국인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문디 가스나가!”

경상도 사람들의 친근감 표현에 서울사람들은 내가 뭘 잘못했나 깊이 고민한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의사소통 부재로 고립되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담에서 출판된 페터 빅셀의 단편집 책상은 책상이다.”에는, 앞서 말한 책상은 책상이다.”를 포함하여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103페이지의 가벼운 책이지만, 내용의 무게는 묵직하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지구가 둥근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부터 앞으로 쭉, 일직선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남자. 애써 발명한 텔레비전이 이미 세상에 나와있어서 좌절한 어떤 발명가. 열차시간표를 모두 외웠기 때문에 열차를 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억력이 좋은 남자. 요도크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남자. 아무 것도 더 알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중국어까지 배우게 된 남자.

그들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뛰어난 기억력과, 엄청난 것을 발명할 수 있는 머리를 가졌지만 세상 속에서 고립되어 버렸다. 외롭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요도크 아저씨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할아버지를 위해, 마음껏 요도크 아저씨의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가실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할아버지는 지겨울 정도로 요도크 아저씨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잠시 현실에 눈감고 환상의 무대를 마음껏 펼쳐 준다. 그 뒤에 나타난 짧은 현실 이야기는 없어도 좋을 뻔 하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덧붙여 지면서 현실보다 환상에 더 큰 무게를 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거짓말을 한 광대 콜롬빈에게도 작가는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 그가 고립되는 일이 없도록,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콜롬빈의 장단에 맞추어 없는 마침내 없는 대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콜롬빈은 외롭다. 아메리카는 없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좋은 남자는 마침내 열차를 타게 되지만, 그가 열차 시간표를 외우고 있을 무렵에 열차를 타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을까는 의문이다. 그래도 그는 새로운 알거리를 찾아 떠났으므로 외로움에서 조금은 해방되지 않았을까?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에는 개개인의 관심사도 각각 다르고, 따라서 서로를 이해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더욱 큰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9.7.22. by waterai

책상은 책상이다 상세보기
페터 빅셀 지음 | 예담 펴냄
침대를 사진으로, 책상을 양탄자로, 의자를 시계로, 시계는 사진첩으로 부르기로. 이렇게 주위의 모든 사물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 이 남자는 한동안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사물들의 이름을 외운다....



Posted by 워터아이
2009. 5. 1. 20:48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상세보기
공지영 지음 | 푸른숲 펴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고등어 , 봉순이 언니 의 작가 공지영이 7년만 들고 나온 신작 장편 소설. 젊은 사형수 윤수와 대학 교수라는 외형은 화려하지만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던 여인 유정. 윤수가...

  "유정아, 고모는... 위선자들 싫어하지 않아."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 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 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2006년인가 2007년 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소녀시절 내가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은 위선자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사춘기 예민한 소녀들은 "위선자는 싫어!"라고 말하고 있었고, 나는 그에 공감하여 책을 읽어나가야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위선자가 왜 싫은데? 무엇을 잘못했지? 그 사람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잖아. 잘 보이고 싶은 그 마음을 왜 알아주지 않는거지? 나도, 어떤 위선도 떨지 않고 마음 속 악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하는거야?

  '나는 사실 위선자가 좋아요.'라는 말은 꾸준히 주입되어온 가치관에 위배된 말이었기에,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자라왔다. 마음 한 구석엔, '내가 실은 위선자니까.'라는 들키기 싫은 부끄러운 속내도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뼛속까지 선한 사람은 못되었으니까.


  다행이 공지영씨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어, 나는 이제 공지영씨의 힘을 빌어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위선자를 싫어하지 않는다. 내가 바로 위선자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하니까. 난 내가 위선을 떠는 게 들키지 않도록, 정말 선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내면까지 선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by waterai. 2009.5.1
Posted by 워터아이
2009. 2. 19. 15:26

건투를 빈다
  전체적인 논리는 '자기 결정권을 가지자'로 아직도 자아를 깨닫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 한 이 땅의 20~30대들을 대상으로 한다. 부모의 과보호속에서 자란 20~30대들에게 아무도 이런 조언을 해 준 적이 없으므로 이 책은 쓴 약이 될 수 있다. 어조가 강해 마음 여린 사람들에게는 다소 거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강한 약이 속은 쓰려도 잘 듣는 것 처럼 인생고민 많은 20~30대라면 한 번 읽어보자. 단, 쓴소리 싫어하는 소화력 약한 사람이 겪게 될 부작용은 책임 못 진다. 이 책은 절대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 주지 않는다.

  다듬지 않은 통신체의 문장과, 내용과 매치되지 않는 표지디자인은 마이너스 요소이다.

좋은 구절 메모
  • 행복에 이르는 방도의 가짓수가 적을 수록 후진국이다. '747'의 과업을 못 이룬 나라가 아니라. p.15
  •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p.25
  •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p.65
  • 꿈은 목표이지 핑계일 수 없다. p.65

건투를 빈다 상세보기
김어준 지음 | 푸른숲 펴냄
상담! 이제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의 실체가 밝혀진다 김어준(딴지일보 총수)의 건투를 빈다: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 수많이 범람하는 고민들과 삶의 문제에 지쳐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Posted by 워터아이
2009. 2. 19. 14:41
신청기간 : 2009.02.15 ~ 02.28
신청수량 : 30개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좀 읽어보고 싶어요~


우연히 눈에 띄기에 냉큼 신청한... -ㅅ-
Posted by 워터아이
2009. 2. 12. 18: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지즈 네신. 익숙하지 않은 발음이다. 작가소개를 보니 1915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터키의 문화가 소개된 적이 거의 없으니 조금 낯설게 들리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낯선 발음의 작가 이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 제목을 들어보면 이 역시 어딘지 어색하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생사불명 야샤르>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제이넵의 비밀 편지>… 도대체 무얼 말하려 하는 것인지 제목만으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수험공부를 핑계로 몇 년 동안 전공책 이외의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기에, 이 이상한 작가와 이상한 제목의 책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번도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아지즈 네신의 작품 <개가 남긴 한 마디>를 접하게 되었다. 별 기대 안 하고 신청한 SK의 북 리뷰어 모집에 당첨된 것이다. 그러나 받아 놓고도 나는 한참을 책을 구석에 둔 채 도서관에서 빌려온 컴퓨터서적만 읽어대고 있었다. 문학을 멀리한 지 하도 오래 돼서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북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결국 어젯밤, 커피 탓인지 감기 탓인지 잠이 안 오던 것을 기회 삼아 나는 새벽 3시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잠 안오는 밤에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단지 잠을 자기 위해서라면 책을 잘못 선택했음을 깨달은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 말엔 소설류는 피하라는 단서가 달려있었지…

  그렇게 아지즈 네신의 책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반세기 전에 다른 나라에서 쓰여진 풍자문학이 현재 우리나라에 와서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니… 워낙 뉴스보기 싫어하고 사회현상과는 담쌓고 살아온 탓에 사회를 보는 눈이 부족하여(그래서 이슈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길 두려워 한다.) 비유하는 바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 우화도 많지만, 선거제도의 맹점을 꼬집은 <까마귀가 뽑은 파티샤>, <당신을 선출한 죄>와, 국세청을 도둑고양이에 비유한 <도둑고양이의 부활>같은 것은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나오는 웃음이 썩 상쾌하진 못했다.

  가장 여운을 남겼던 일화는 <아주 무서운 농담>으로, 자신을 비웃는 줄도 모르고 함께 웃었던 사람들 중에 내가 들어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욕한 뒤 시간이 흐르고 보면 내가 욕한 그 부분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게 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로 아지즈 네신의 문학을 접하게 되어 남아있는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아울러, 이 계기로 터키 문학 전반에 흥미가 생겨버렸다. 터키문학에 대한 소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개가 남긴 한마디 상세보기
아지즈 네신 지음 | 푸른숲 펴냄
터키 풍자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아지즈 네신의 우화집『개가 남긴 한마디』. 청소년 문학 시리즈「마음이 자라는 나무」의 열아홉 번째 책이다. 1958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Posted by 워터아이
2008. 12. 10. 23:15

  며칠 전 교보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사게 된 책인데요, 사놓고 보니 이게 요즘 뜨는 책인가보더라고요.

  베이직/리딩/리스닝 세 권이 있고요. 보는 순간 세 권 다 지르고픈 충동을 누르고... 일단 베이직만 집어왔습니다.

  책의 구성을 대강 보면... 한국어는 하나도 없고, 졸라맨 같은 그림과 영어 문장만 있어요. 1페이지에 나오는 것은 I와 You입니다. 이거보고 "오! 이건 내수준이야!"라고 생각하며 냉큼 집은것이지요.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cafe.naver.com/newrun에서 mp3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거 다운받아서 들어보니녹음도 느리게 된 것이 따라하기 좋더라고요.

  저같은 경우는 중학교때 영어 포기하고 그 뒤로 영어를 기피하며 살았는데, 이제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도전각오) 그냥 이거 엠피쓰리 받아서 들으며 마구 따라하고 있어요. ^^

  '나 영어 포기했었다. 근데 다시 시작하고싶다' 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책 크기는 B6 정도로, 손에 딱 들어오는 사이즈라 출퇴근시간을 이용하기 좋습니다. 종이 재질도 갱지같은 가벼운 재질이예요. 추천글 쓰려고 무게 재 보니 270g 정도 나오네요. 핸드폰 보다는 무겁겠지만 요즘 책 치고는 가벼운 편입니다. ^^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영어공부 하고싶으신 분들도 만화책 보듯 가볍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영어 포기하고 살았던 분들께 추천합니다. ^^

Posted by 워터아이
2008. 1. 1. 23:37


Posted by 워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