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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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즈 네신. 익숙하지 않은 발음이다. 작가소개를 보니 1915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터키의 문화가 소개된 적이 거의 없으니 조금 낯설게 들리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낯선 발음의 작가 이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 제목을 들어보면 이 역시 어딘지 어색하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생사불명 야샤르>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제이넵의 비밀 편지>… 도대체 무얼 말하려 하는 것인지 제목만으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수험공부를 핑계로 몇 년 동안 전공책 이외의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기에, 이 이상한 작가와 이상한 제목의 책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번도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아지즈 네신의 작품 <개가 남긴 한 마디>를 접하게 되었다. 별 기대 안 하고 신청한 SK의 북 리뷰어 모집에 당첨된 것이다. 그러나 받아 놓고도 나는 한참을 책을 구석에 둔 채 도서관에서 빌려온 컴퓨터서적만 읽어대고 있었다. 문학을 멀리한 지 하도 오래 돼서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북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결국 어젯밤, 커피 탓인지 감기 탓인지 잠이 안 오던 것을 기회 삼아 나는 새벽 3시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잠 안오는 밤에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단지 잠을 자기 위해서라면 책을 잘못 선택했음을 깨달은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 말엔 소설류는 피하라는 단서가 달려있었지…

  그렇게 아지즈 네신의 책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반세기 전에 다른 나라에서 쓰여진 풍자문학이 현재 우리나라에 와서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니… 워낙 뉴스보기 싫어하고 사회현상과는 담쌓고 살아온 탓에 사회를 보는 눈이 부족하여(그래서 이슈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길 두려워 한다.) 비유하는 바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 우화도 많지만, 선거제도의 맹점을 꼬집은 <까마귀가 뽑은 파티샤>, <당신을 선출한 죄>와, 국세청을 도둑고양이에 비유한 <도둑고양이의 부활>같은 것은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나오는 웃음이 썩 상쾌하진 못했다.

  가장 여운을 남겼던 일화는 <아주 무서운 농담>으로, 자신을 비웃는 줄도 모르고 함께 웃었던 사람들 중에 내가 들어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욕한 뒤 시간이 흐르고 보면 내가 욕한 그 부분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게 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로 아지즈 네신의 문학을 접하게 되어 남아있는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아울러, 이 계기로 터키 문학 전반에 흥미가 생겨버렸다. 터키문학에 대한 소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개가 남긴 한마디 상세보기
아지즈 네신 지음 | 푸른숲 펴냄
터키 풍자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아지즈 네신의 우화집『개가 남긴 한마디』. 청소년 문학 시리즈「마음이 자라는 나무」의 열아홉 번째 책이다. 1958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Posted by 워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