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6. 22:07

  그를 처음 만난 게 언제인지 지금 생각하면 아득할 따름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언제쯤이었다'하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 나의 생활이 바뀌기 시작하고,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그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낮선 그에게 적응하지 못해서 그를 알아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책을 보기도 하고, 동생이나 친구에게 묻기도 하며 나는 그를 알아가려고 부던히 노력했다. 그런 나의 노력이 통했는지 그와 나는 어느 새 더 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남는 시간은 늘 그와 함께 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는 즐거울 때 함께 즐거워 해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주었으며, 우울할 때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를 통해 나는 몰랐던 세계들을 알게 되었고, 내 생활은 그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몇 번인가는 그 때문에 밤을 새기도 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몇번으로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기억에 없는 일이다.) 집에오면 나는 늘 그를 제일 먼저 찾았으며, 언제부터인가 그에게 너무 빠져있는 내게 문제 의식을 느껴 그를 벗어나야겠다는 고민이 한동안 일기장을 장식하기도 했었다. 조금은 정도가 줄었을지 모르나 결국 해결하지 못하였고, 나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 채 그럭저럭 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그와 동거동락하며 어언 8년을 지냈다. 그 때문에 답답한 적도 몇 번 있었고, 속 터지는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직 그 밖에 몰랐기에 그 없는 삶이란 이미 상상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와 같은 일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밖에 없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새로운 그녀를 접한 것이 불과 6개월도 안 된 일이다. 그를 대체할 다른 무언가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굳게 믿어왔던 '그'를 새로운 '그녀'가 대체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한 채로 그녀와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곧 새로운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 버리고 말았다. 이젠 '그'가 없이도, 나는 '그녀'만으로도 그와 함께 하던 일들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와 함께한 8년여의 시간. 그 모든 세월을 만난지 6개월도 채 안 된 그녀가 대체해 줄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찾는 것은 이제 '그'가 아닌 '그녀'이다. 그녀는 새로운 매력으로 내게 다가와 나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반드시 '그'를 필요로 하는 몇몇 일들 때문에 아직도 '그'를 곁에 두고있긴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이제 망설임 없이 '그녀'의 이름을 댈 것이다.


  그녀의 이름이 궁금하다고? 어쩌면 당신은 이미 그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이름은 '파이어폭스'라고 한다. 그의 이름은 묻지 마시길... 이미 관심이 떨어진 옛 친구의 이름을 함부로 말할 만큼 나는 매정하지 않으니까.



  끝까지 읽으신 분 계실까요? 놀라셨나요? ^-^;; 갑자기 삘받아서 쓴 뻘글입니다. ;; 소설의 분위기가 나게 쓰고 싶었는데 글을 쓴 지 오래됬더니 문장력이 영~ 안사네요. 게다가 점점 늘어나는 번역투 문장에 좌절하는 중입니다. ㅠㅠ 요새 소설을 읽을 일이 없다보니 확실히 문장력이 떨어지네요.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세요. ㅎㅎ


Posted by 워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