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 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 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2006년인가 2007년 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소녀시절 내가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은 위선자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사춘기 예민한 소녀들은 "위선자는 싫어!"라고 말하고 있었고, 나는 그에 공감하여 책을 읽어나가야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위선자가 왜 싫은데? 무엇을 잘못했지? 그 사람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잖아. 잘 보이고 싶은 그 마음을 왜 알아주지 않는거지? 나도, 어떤 위선도 떨지 않고 마음 속 악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하는거야?
'나는 사실 위선자가 좋아요.'라는 말은 꾸준히 주입되어온 가치관에 위배된 말이었기에,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자라왔다. 마음 한 구석엔, '내가 실은 위선자니까.'라는 들키기 싫은 부끄러운 속내도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뼛속까지 선한 사람은 못되었으니까.
다행이 공지영씨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어, 나는 이제 공지영씨의 힘을 빌어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위선자를 싫어하지 않는다. 내가 바로 위선자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하니까. 난 내가 위선을 떠는 게 들키지 않도록, 정말 선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내면까지 선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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