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 19:01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사람의 성격을 16부류로 나누는 것인데, 적어도 사람을 4부류로 나누는 혈액형 별 성격유형보다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애니어그램에 밀리는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심리학 쪽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성격유형검사이다.

  4가지 선호경향을 2분화 시킨 것을 조합시키기 때문에 총 16가지 유형이 나오는 것인데, 그 중에 '감정형/사고형'으로 나누는 관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검사한 게 대학다닐때인데, 나는 검사할 때 마다 'T(사고형)'가 나왔었다. '좋다/싫다'보다는 '옳다/그르다'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형검사의 무서운 점은, '너의 성격은 이래.'라고 말해버리면 자신의 성격을 그에 맞춰서 고착시켜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내가 T형이라는 것을 알고, '좋다/싫다'를 따져야 할 때에도, '옳다/그르다'를 따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기도 했던 것 같다.

  후에, 이러한 면은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서 나에게 부족한 '감정적인 면'을 개발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며, 한동안은 오히려 감정이 이성을 앞서고 있지 않나 싶어서 조금 불안해 지기도 하였다. 아니, 사실은 예전에 했던 연애 이후 그 동안 묻혀져 있던 감정적인 면이 폭발하듯 깨어났다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이성은 잠시 죽고, 감정에 휘둘려 나답지 않은 일을 꽤 했던 것 같다. 그 때에 정말 나 다운 게 뭔지 많이 고민했었었다.

  지금 검사하면 나는 F(감정형)가 나올까, T(사고형)가 나올까?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오늘은... 나에게는 아직도 타인의 감정보다는 '옳다/그르다'가 더 중요한가보다... 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반쯤 슬퍼졌다. 내게 어떤 게 더 중요할지, 어떤 게 더 필요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내 감정 만큼 남의 감정도 소중히 여기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싶다.

  문제는... 내 감정을 알기 어려운 만큼, 타인의 감정은 더더욱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직 나는 '좋다/싫다'를 구분하는 것 보다는, '옳다/그르다'를 구분하는 게 쉬운 것이다.



Posted by 워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