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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8 읽기가 중요한 이유 - 꿈이 있다면 멈추지 않는다/김찬영
2010. 6. 28. 05:00


 

  '책벌레가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 중에 책벌레 아닌 사람 없다.'
  읽기 능력은 '한 사람이 글을 읽고 얼마나 이해를 하고(이해력), 얼마나 기억하며(기억력),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나갈 수 있는지(속독능력)에 관한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막노동을 하다가 서울대 법대 수석 합격 쾌거를 이뤘던 장승수님의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고교내신 5등급이었던 장선배님은 1991년에 공부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연,고대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1991학년도 시험이 끝난 뒤에는 1992년 5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 2학기때부터는 모의고사 전국 석차가 50~200등이 되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범위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의 성적으로 1년 4개월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장선배님 만큼이나 수능공부를 즐겼던 나는 '사람마다 정말 능력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나는 장선배님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생각해 보았다. 학원을 다녀서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 학원을 다니고 있는 수백만명의 학생들 모두 그런 성과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이 때 나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 바로 '읽기능력'이었다. 장 선배님은 1년 동안 공부를 손 놓고 있었음에도 1994년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풀어봤을 때 60점 만점에 59점이 나왔다고 했다.
  그 원동력은 역시 독서에 있는 듯 했다. 고 3때 다른 친구들이 보던 만화책과 무협지가 재미없어서 수업시간에 소설을 읽었다고 했다. 그것은 '삼국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무기여 잘 있거라', '생의 한가운데', '지성과 사랑', '파우스트'등의 고전 명작이었다.
  책에 소개된 독서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게 전부라서 더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장 선배님이 학창시절에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대신 수많은 책을 읽었고, 그 덕분에 길러진 상당한 읽기 능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성적을 최고로 올릴 수 있었고 결국 사법시험까지 끝내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서울대생들도 모두 뛰어난 읽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학창시절 모의고사 점수가 대부분 만점에 육박한 것으로 봐서는 모두 읽기 능력이 최상위권이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순식간에 글을 읽거나 한번에 두 세 줄씩 읽으면서 속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비결을 묻자 들려오는 대답은 역시 한 가지 뿐이었다.
  "그냥 책을 많이 읽다 보니까."
  반대로 내가 과외를 하면서 한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읽기 능력이 조금 부족했다.
  나는 그 친구의 읽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모의고사 시험지의 한 페이지 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 '박씨전'의 지문을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끙끙대며 5분정도 걸려서 글을 다 읽었다. 옆에서 같이 읽던 나는 3분 정도에 끝냈는데 글 읽는 속도가 보통인 나보다도 일단 읽기 속도가 많이 느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 친구에게 지금까지 읽은 박씨전의 줄거리를 얘기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친구가 눈을 감고 생각을 하더니 "주인공이 박씨고 박씨가 도술을 부렸는데..."까지밖에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하나하나 인물을 말하고 줄거리를 얘기하자 그제야 "아, 맞아요." 했다. 이 친구는 읽기 능력의 세 가지 요소인 이해력, 기억력, 속독능력이 모두 부족했던 것이다.
  이 친구의 부족한 읽기 능력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열 권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라며 멋쩍어하며 말했다.
  읽기 능력이 떨어지면 언어영역 점수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점수도 올리기 어렵다. 지문을 봐도 기억을 못 하고 읽어도 이해를 못 하니 도대체 어떻게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것은 절대로 학원이나 강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등급 재료에 해당하는 언어영역 기출문제를 9등급 읽기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분석한다고 해서 1등급이 될 수 없다. 읽기 능력의 배양이야말로 언어영역을 잘 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이다.

꿈이 있다면 멈추지 않는다/김찬영 수기 중에서


  자녀의 성적에 고민 많으신 학부모님께서는 눈여겨 읽어보셔야 할 글입니다. 옆집 아이는 놀 거 다 놀고도 맨날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밤늦도록 학원다니며 과외하며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안 오를까... 비결은 독서경험과 읽기능력에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독서경험은 청소년기의 학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이후 성적은 꾸준히 떨어졌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중위권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여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전 제가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온 줄 알았지만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비교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조금 공부하고도 성적이 잘 나왔던 쪽에 속했던 것입니다. 
  먼저 학창시절 제 공부스타일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일단 관심 많으실 사교육에 관해서는 '제로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로가 아닌 것은, 어머니께서 떨어지는 성적을 염려해 억지로 학원이나 과외를 시킨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원에 대한 제 생각은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 장소'였습니다. 체력이 좀 약한 편이었는데, 학교생활만으로도 피곤한 것을 학원까지 다니려니 미칠지경이었지요. 숙제할 시간도 나지 않고, 따로 공부할 시간이 전혀 나질 않았으니 불만이 컸던 것입니다. 학원에 대해 매번 어머니께 불만했지만 어머니는 '그거라도 다니면 공부하겠지'라는 보통 어머니들과 같은 생각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답니다. 하지만 오히려 떨어진 성적표에 결국 두 손 들고 말았지요. 학원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수학 학원 두어달 쯤 다녀본 것이 전부입니다. 과외는 그래도 함께 앉아 1:1로 공부하니 좀 낫지 않겠냐며 좀 오래 시킨 편이었지만 저는 그냥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했던 것 같네요.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과외선생님도 불성실한 학생이라고 절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요. 과외숙제는 거의 안했거든요. :P 제게는 학교 이외의 공부는 불신의 대상이었기에 학습지든 학원이든 과외든 성실히 임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대신 학교 공부에는 충실했답니다. 아파도 결석한 적 없고요, 숙제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해 갔습니다. 시험기간에는 주로 교과서를 한 번 읽고 자습서가 필요한 과목은 자습서로 보충한 후 문제집을 푸는 정도였습니다. 과목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합격 수기에 나오는 것 처럼 교과서를 마르고 닳도록 읽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정독하고 필요한 부분은 외우는 정도였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나마도 안 한 과목이 더 많답니다. :p 시험 기간이 아닐 때 하루 공부 시간은 숙제하는 시간이 전부였고, 시험기간때는 3~4시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12시 넘어서 잠들어 본 기억은 식목일 전날 김정현의 '아버지'를 읽느라 밤 샌 기억말고는 없을 정도니까요.
  제 공부방법이 좋다고 광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따라하지 마세요.~ 실제로 성적은 꾸준히 떨어졌답니다. ㅋㅋ '공부좀 열심히 할 걸' 하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이고요. 포인트는 무엇이냐 하면, 고작 이 정도 공부해 가지고 어떻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비결은 바로 '어린 시절의 독서경험'에 있었습니다.
  중학교 이후 지금까지 책을 거의 안 읽고 있긴 합니다만, 글을 깨우쳤을 때 부터 초등학생 무렵까지 저는 책을 달고사는 아이였답니다. 공공도서관을 드나들며 장르도 없이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지요. 집안 살림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에 생일날이 아니면 책을 사서 볼 수 없었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공공도서관에 책이 많고, 친구집에만 놀러가도 장식처럼 꽂혀있는 문학전집이나 위인전집이 얼마든지 있었으니까요. 그런 것을 정말이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쉽게 공부하고도 성적 좋았던'친구들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다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답했습니다. 뭘 읽었냐? 얼마나 도움되는 책을 읽었냐? 물어보면 "그냥 재밌어서 읽었다. 만화책도 있고 무협지도 있다. 대단한 책을 읽었던 것 같지는 않다."라는 답이 들려오곤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흥미있게 책을 읽으며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 것입니다. 그러니 청소년기에 공부를 할 때 남들보다 빨리 읽고 남들보다 빨리 요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위의 수기에서는 '읽기능력'만 지적되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어휘력'과 '배경지식'입니다. 읽기를 통해 향상된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학습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읽기가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과거제도는 원칙적으로 천민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양반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성취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체제 안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이 문장을 한 번 봅시다. 아마 성인이시라면 어렵지 않게 읽힐 것입니다. 하지만 중학생은 어떨까요?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라면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과거'가 무엇인지, '천민' '개방' '양반' '대중' '성취동기' '부여'등의 단어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 '체제'나, '유인'정도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 학생은 '체제'나 '유인'의 뜻을 새로 배워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저 문장 자체가 가리키는 뜻만 학습하면 됩니다.
  하지만 독서 경험이 부족한 학생은 어떨까요? 그 학생은 먼저 '조선'이 고려 다음에 생긴 나라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과거제도'가 조선시대 관리 등용 제도였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조선시대는 신분제여서 천민과 양반으로 구분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개방' '대중' '부여'의 뜻도 함께 챙겨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두 학생이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공부에 들여야 할 노력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조금 과장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독서경험의 차이는 이렇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읽기 연습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공공도서관에 방문해 보세요. 비싼 돈을 들여 신청한 학습지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이 효과는 평생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010.6.2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