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6. 16:59
  란데님 블로그 갔다가 [여성부가 2005년에 소개한 ‘아빠와 엄마의 차별’ 사례들]이라는 항목을 보고는 저도 좀 덧붙여 봅니다. 저는 여성부의 주장에 동감 못하는 마이너한(?) 남녀평등주의자이고, 해당 문제에 대해 별로 열성적이지도 않고 아는 것도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주시고요.



- 우리들의 성(姓)은 무조건 아빠의 성을 따른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서는 여자가 시집가면 아예 성을 바꾸지 않느냐. 그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양에서 성은 소속을 나타내는 거라 여자가 시집가서 소속이 바뀌면 성을 바꿔서 이를 드러내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핏줄'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자가 시집을 가도 그 핏줄이 바뀌지 않으니 성을 바꾸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자녀들에게는 아버지쪽 핏줄만 물려받은 것으로 치는 셈이니 남녀차별적 발상이 맞다고 생각해요. '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는 것은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 근거는 없습니다.


- 우리들의 호주는 아빠이다.
  호주제 폐지되었으니 할 말 없죠. 호주의 조건을 바꾸면 될 것을 굳이 호적 없애고 '가족관계 등록부'라는 이름도 생소한 것을 만들어야 했을까 생각하면 참 맘에 안들지만...


- 엄마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집 재산은 대부분 아빠 이름으로 한다.
  2005년에는 대부분 이랬던 것 같은데 그 새 많이 바뀌었네요. 요즘은 한 쪽이 주부라도 공동명의가 대세죠. 여성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 문패에는 아빠 이름만 써 넣는다.
  2005년에도... 아니... 그 10년 전인 1995년에도 문패는 흔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 아빠는 나이가 같은 엄마에게 반말을 하는데, 엄마는 아빠에게 반말을 못한다.
  이 때에는 연상남이 대세였으니까, 남편은 반말하고 부인은 존댓말 하는 커플이 많았겠죠. 그러다보니 남편 부인 관계는 원래 그런건가보다 하고 동갑이거나 연상녀-연하남의 경우에도 남편은 반말하고 부인은 존댓말 하는 현상이 일어났을테니 이게 남녀차별항목이라는 말도 일리 있습니다.
연하 남편의 권위 문제로(단순히 취향 문제가 아니라) 연상부인은 존댓말 하고 연하 남편은 존댓말 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들어 봤거든요. 남자가 반말하는 게 커플이면 당연한 것처럼... 이승기 노래에서도 보면, "너라고 부를께~"라는 가사가 나오잖아요. 연하이지만 '너'라고 부름으로써 우리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건데... 여자가 연하인 경우에 연인사이로의 발전을 꿈꾸며 "너라고 부를께~" 하는 거 봤나요? 확실히 이건 남녀차별 항목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하남엔 별로 취미 없긴 하지만 만일 연하남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놈이 너라고 부른다면...! 그저 귀여워 해 주지요. 헐헐... 그리고 저는 존댓말 써 주고. 뭐야! 위에서 한 말과 다르잖아?! 라고 흥분하시는 분들 흥분 식히시고...
  사실 전 연인사이나 부부사이라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씩 덜어내고 보태가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권력관계다."라는 주장도 있던데, 부부사이만큼은 권력관계가 아니라 동반관계였으면 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이 기우는 게 싫어요. 한국사회에서 나이는 무시할만한 요소가 아닙니다. 한쪽의 나이가 어리다면 자연히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맙니다. 그래서 요걸 보완해 주고 싶은겁니다. 일단 나이와 상관 없이 서로서로 존대하자는 의미에서 존댓말 써 주었으면 좋겠고요. 나이 많은 쪽이 상대가 '내가 더 나이거 어리니 힘이 약하구나.'라는 의식을 갖지 않게끔 더 조심하고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저는 친구사이에도 나이 많은 쪽 한테는 비교적 쉽게 말을 트는 반면에 나이 어린 쪽 한테는 오래도록 말을 트지 못합니다.
  이전에 사귀던 사람들과도 서로 존댓말 하며 지냈었고요. 앞으로 사귈 사람과도 존댓말 하며 지냈으면 해요. 그리고 제 이런 생각 때문인지 전 연하를 대하는 게 더 조심스러워서... -ㅅ- 앞으로 사귈 사람도 연상이었으면 싶은 바램이...



요 아래는 딱히 덧붙일 말이 없는 것 같아서 그저 우리집의 경우엔 어떤가 하는 것만 덧붙여 봐요.



- 아빠는 화가 나면 화를 내는데 엄마는 늘 모든 일을 참는다.
   동감. 근데 이건 남녀차별이라기 보다도 성격차이 같은데요. -ㅅ-


- 아빠는 외할머니 집에 잘 안 가는데 엄마는 친 할머니 집에 자주 가야 한다.
   외갓집은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아무래도 자주 안 가게 되죠. 요즘은 외갓집을 더 자주 가는 추세라 하던데요?


- 아빠는 외할머니에게 칭찬만 받는데 엄마는 친할머니에게 혼나기도 한다.
  알 수 없음.


- 아빠는 회사 갔다 오시면 TV를 보거나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회사 다니시는 엄마는 집에 와도 쉬지 못하고 바로 집안 일을 시작한다.
  아빠는 회사 갔다 와도 회사 일 계속 하심. ㅠㅠ


- 아빠는 엄마 데리고 친구들 모임에 따라 가는데, 아빠는 엄마 친구들 모임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두 분 다 모임을 즐기지 않으심.


- 아빠는 설날이나 추석날 놀기만 하는데 엄마는 명절 내내 할머니 집에 가서 일만 한다.
  아빠도 놀기만 하는 건 아닌데...


- 아빠는 일요일 날도 자주 외출하는데 엄마는 우리 때문에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다.
  두 분 다 자주 외출 안하심. -ㅅ-


- 아빠는 TV 같은 데서 예쁜 여자들 나오면 좋아하면서 엄마가 멋있는 남자가 좋다고 하면 아빠는 싫어한다.
  아빠는 TV에서 예쁜 여자 나오면 엄마 닮았다고 하거나 우리 딸 닮았다고 하심. 잘생긴 남자 나오면 자기 닮았다고 우리를 설득함. 엄마는 티비를 잘 안보심.


- 아빠는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이 있어 늦게 집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엄마는 그런 일이 있어도 집에 일찍 들어와야만 한다.
  아버지는 칼퇴근. 가끔 모임같은거 안만드심. -ㅅ-;;; 어머니는 낮에만 나감.


- 아빠는 혼자서 마음대로 여행도 가는데 엄마는 혼자서는 절대 못 간다.
  아버지 혼자서 여행 절대 안 가심. -ㅅ- 근처 공원 갈때도 엄마랑 같이 가려고 하심. 어머니는 혼자서 산에도 잘 가심.


- 아빠는 많은 돈이 필요할 때 엄마에게 묻지 않고 쓰지만 엄마는 꼭 아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란데님네와 비슷. 아버지는 큰 돈 쓸 줄 모르심. 어머니는 큰 돈 쓸 땐 아버지와 의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시던데...


- 아빠가 회사 일로 출장갈 때는 나 출장 가. 하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나 출장가도 되요? 하고 허락을 받는다.
  어머니가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하지만 일을 다녔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거라고 생각함.

- 아빠는 회사 일로 늦으면 엄마가 수고했다고 하는데, 엄마가 회사 일로 늦으면 아빠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아버지가 늦은 적 별로 없음. 늦으면 어머니가 매우 걱정하고 안스러워 하심.


- 아빠는 벌써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똑같이 회사 다니는 엄마는 아직도 말단 직원이다.
  알 수 없음.



  써놓고 보니 여성부가 써 놓은 현상들이 실제 많긴 한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50대이시고요. 하지만 몇몇 항목은 성격차이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인데 너무 확대해석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식 많이 개선되었어요. 살다가 불합리한 부분이 발생하면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여 합의점을 찾아도 될 일을, 굳이 남자 대 여자의 대결 구도로 바라봐서 더욱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사회 생활에서 부딪치는 남녀차별은 개인이 어찌 할 도리가 없지요. 조금씩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는 수 밖에. 그러나 적어도 가정 내에서는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사회도 점차 그렇게 변하리라 생각하고요. 너무 이상론인가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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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워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