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6. 05:00


김소월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 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넒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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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시를 배워도, 그 중에 가슴에 박히는 시는 따로 있다.
'초혼'만큼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차마 그 감정을 토해내지 못해 가슴 매이는 시는...
다시 없으리라...

'초혼'의 감정은, 격하게 끓어올라 공중에 흩어지지 못하고, 
목 언저리에서 맴돌아 목이 매인다. 
해가 대신 피를 흘리고, 사슴이 대신 슬피 운다.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 밖에는 할 것이 없다. 

불러도, 불러도... 들을 사람이 없으니 갈 곳 없이 목 언저리에서 맴돈다.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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