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30. 21:53
  집에서 공부하면 편하긴 하지만 답답하다. 집 근처 도서관에 가면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조금 꾀가 나면 그냥 집에 눌러 앉아 하루종일 책을 들었다 놨다 하며 답답해를 연발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공부가 좀 안된다 싶으면 아예 지하철을 타고 멀리 있는 도서관으로 가버린다.
  홍대입구역에 있는 마포도서관과, 안국동에 있는 정독도서관이 현재까지 개발한 교통편 편하고, 좋은 도서관. 둘 다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 괜히 나도 놀러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기분이 좋아진다. 노량진의 음습한 기운과는 공기부터가 다르지. 암.

  그런데 오늘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올라가려는데,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애 셋이서 도서관 앞 빵집 앞에 서 있고, 한 아이 혼자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은 여자애 둘은 A4용지 종이 한 장을 들고 서서는 우는 아이 옆에 그저 서 있기만 할 뿐 딱히 그 아이를 달래려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싸우거나 몰아세우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 광경이 이상하게 보여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가가서 물었다.

  "얘, 너 왜 울고 있니?"

  우는 아이는 울던 중이라 말을 하지 못하고, 대신 옆에 있던 아이가 마치 자기에게 들어온 질문인 양 대답한다.

  "얘가요, 저랑요, 얘랑(옆에 있던 또 다른 아이)요, 그리고 김태희(가명.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으나, 기억 안나서...)란 애랑요. 엄청 친하거든요."

  "응."

  여기까지 듣고는, 그렇게 친했는데 싸워서 우는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다음 말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근데요... 우리 셋은 청군 됐는데, 얘만 백군되서 그래서 우는거예요."

  "어머나~ 엄청 속상하겠다! 어쩜좋으니!"

  세상에! 아이는 엄청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친한 친구 셋이 청군이 됬는데, 자기만 백군되서 그런거랜다. 그런데 놀랍게도... 난 그 아이의 서러움이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머릿속으로는 분명히, '뭐야. 별거 아니잖아? 역시 애 다워.'라고 말하고 있는데, 감정은 재빨리 동화되어, "세상에! 얼마나 서러울까. 그래도 울지 말고 백군이 이겨버려!"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울던 그 아이는 집에 잘 돌아갔을까? 집에 가서 또 엄마 앞에서 엉엉 울겠지?

  문득 어렸을 때 날 저렇게 서럽게 만든 것에는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Posted by 워터아이